“개차반이구먼!” 이때 ‘차반’은 맛있게 잘 차린 음식이나 반찬을 말한다. 접두사 ‘개’가 붙은 ‘개차반’은 개가 먹을 음식, 즉 똥을 점잖게 비유한 말이다. 요즘엔 개가 먹는 사료도 잘 만든 고급이라서 똥을 먹는 개는 개 취급도 않는다. 그런데 이 좋은 세상에는 옛날 똥개만도 못한 인간 별종들이 수두룩하다. 개차반의 두 번째 뜻풀이는 ‘행실이 더럽고 막된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이다. 그러한 사례와 사람을 이 좁은 지면에 다 적을 수는 없다. 혹여 지면이 허락한다면 끝자락에 딱 한 줄쯤이라도 적고자 하니 널리 양해하시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상력을 발휘하시면서 끝까지 읽어주시면 고맙겠다.

봄날에 노랗게 꽃을 피우는 개나리의 명칭을 ‘개+나리’로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군정시대에는 더러 써먹기도 했다. 개가 아닌 것들에도 개살구, 개두릅, 개오동나무, 개복숭아, 개박달나무, 개벚나무 같은 나무 이름이 있고, 풀꽃도 개똥쑥, 개양귀비, 개망초, 개쑥부쟁이, 개연꽃, 개쑥갓, 개비름 등은 요즘은 건강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옛날에는 질이 안 좋은 밀가루와 보릿가루 또는 메밀 속껍질 등을 반죽하여 둥글넓적한 모양으로 아무렇게나 반대기를 지어 찐 개떡이란 떡도 있었다.

사람과 관련해서는 놀음판에서 판돈을 싹쓸이한 타짜가 후한 인심 쓰는 척 주던 개평에서부터 개뿔이나 개코도 아니면서 개망나니처럼 헛소리와 헛짓거리하며 개나발, 개수작, 개지랄 떠는 사람들에게도 개 자를 붙였다. 요즘처럼 개판인 세상에는 개털도 많이 날리는 개나리들이 개팔자로 늘어졌다. 일반 서민들이야 개고생해봤댔다 개꿈이고 개죽음 안 당하고 개박살, 개망신 안 당하면 천만다행이다. 철밥통 지키겠다고 윤기 번지르르하도록 개밥그릇이나 핥으며 개풀, 개뼈다귀 긁어 뜯는 짓거리 하느라 벼슬아치들 혓바닥도 개불처럼 오그라들었다. 이처럼 개가 붙은 단어는 어감이 다소 거칠어도 국어사전에 당당하게 한자리 꿰찬 우리말이다.

이따금 급한 메일을 보내려고 청소년들이 애용하는 게임방에 들어가 보면 개판이다. 그들이 구사하는 ‘개’는 구시대의 유물인 우리의 상상력을 훨씬 능가한다. 예나 지금이나 ‘개새끼쯤이야 두루두루 널리 쓰이는 평상어지만, ‘개 같은' ’개젖 같은’ 정도는 쌍욕으로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게임에서 이득을 볼 때는 ‘개이득’, 손해를 봤으면 ‘개손해’라고 표현한다. ‘개망신’  ‘개무시’란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학교 앞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먹는 짙붉은 립스틱에 새빨간 손톱, 거기에다가 분 바른 하얀 피부의 예쁘장한 여학생들 입에서도 ‘맛있다’는 표현을 ‘개맛있다’라 한다. 물론 개차반 주워 먹던 옛날에 비해 반려동물로 위상이 크게 높아진 탓에 ‘개멋지다’, ‘개귀엽다’, ‘개잘한다’처럼 개 같은 표현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니 다행스럽다. 너무 좋게 강조하려고 ‘개’ 자를 붙이기도 하며 이해한다면 오해는 다소 풀린다.

군 공항 이전 문제로 앞뒤 동네 화성시와 수원시가 개판 오 분 전 상황까지 왔다. 잘 살지도 못하면서 수원시가 화성시까지 돕겠다고 기자회견까지 하는 바람에 화성시가 뿔났단다. 퇴근길에 비행장 앞을 지날 때, 버스 티브이에서 ‘화성시 2017년 지방자치 경쟁력 종합 1위 급부상’ 자막이 떴다. ‘다음은 비상활주로’라는 안내방송은 예나 지금이나 개선될 기미가 없다. 필자는 앞뒤 동네의 비행장 사이에서 조상 대대로 살았다. 조용하게 살고 싶은 심정이야 너나없이 같이 바라는 바다.

말로만 수원비행장이지, 따지고 보면 병점 중심지에 더 가깝다. 마찬가지로 오산시에는 비행장은 없지만, 평택에 있는 비행장을 오산비행장이라 불러도 나서는 이가 없다. 얼마 전 유엔에 다녀온 대통령 내외가 귀국했던 서울공항도 서울시가 아닌 성남시에 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수원비행장이 화성시로 옮겨지면 오산시나 성남시처럼 ‘인천비행장’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인심 후한 인천사람들 전투비행장 생겼다고 개다리춤 추며 좋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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