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가 현재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락스 구매 의혹’과 관련, 수사의 혼선을 주거나 이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물타기'를 시도하는 정황이 목격됐다.

구리시가 10월2일 오전 10시께부터 구리시에서 가장 넓은 도로인 장자대로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사진)에 ‘배부받은 락스로 집안방역소독 집중’이라는 문구를 넣어 반복 홍보에 나서 ‘락스 구매 의혹’과 관련, 수사의 혼선을 주거나 이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진=이형실 기자)
구리시가 10월2일 오전 10시께부터 구리시에서 가장 넓은 도로인 장자대로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사진)에 ‘배부받은 락스로 집안방역소독 집중’이라는 문구를 넣어 반복 홍보에 나서 ‘락스 구매 의혹’과 관련, 수사의 혼선을 주거나 이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진=독자 제공)

시는 10월2일 오전 10시께부터 구리시에서 가장 넓은 도로인 장자대로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사진)에 ‘배부받은 락스로 집안방역소독 집중’이라는 문구를 넣어 반복 홍보에 나섰다.

언뜻 이 홍보문구는 정부가 9월28일 0시부터 오는 11일 자정까지 2주간을 ‘추석특별방역기간’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시 홈페이지, 공식 블로그 등을 방문했다. 검색한 결과 정부의 방역 기간 지정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추석맞이 코로나19 종합대책 안내’가 9월28일 보도자료와 9월30일 밤 10시58분, 공식 블로그에 올랐을 뿐 전광판에 등장한 락스와 관련된 지침은 없었다. 그렇다면 락스와 관련된 기사가 보도된 지 3개월이 지나 잠잠해진 시기에 대형전광판에 락스가 등장한 이유는 뭘까.

언론은 지난 6월22일자 1보에 ‘구리시, 락스 전세대 무료배포 논란’이라는 제하에 ‘시가 재난안전기금으로 8만개의 락스를 구매해 전 세대에 무료 배포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과 예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6월24일자 2보에 ‘구리시 락스 수의계약현황 임의 조작 의혹’으로 시 홈페이지와 계약서류 위조 의혹을 폭로했다.

이어 6월26일자 3보에 ‘구리시 락스 계약업체 알고 보니 유령업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렇게 3번의 기사가 보도되자 시는 이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뉴스’ ‘사실을 살짝 바꿔 독자가 큰 착각과 혼란에 빠지게 했다’ ‘관용 없이 법적 책임 등 강력 대응 할 방침’이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서둘러 구리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방어망을 친 것이다. 아마 시민들의 알 권리를 차단하기 위한 기자에 대한 엄포와 함께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시도로 추측된다.

보도내용의 진위를 판단하는 기관은 별도로 마련돼 있다. 그런데도 구리시는 보도내용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하기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한 시민단체와 그것을 취재한 기자들을 ‘건조물침입죄’로 경찰서에 고발한 시가 아닌가.

시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는데도 언론은 추가로 6월30일자 4보 ‘구리시 왜 굳이 락스를 선택했나’를 보도, 안전하고 저렴한 소독수를 제조하는 기계를 구매하고도 위험하고 사용하는데 불편한 락스를 대량 구매한 의혹을 조명하면서 락스와 관련된 4편의 기사를 마무리 지었다.

그 후 구리시 시민단체는 7월15일, 언론에 보도된 기사들을 근거로 락스 건 등 4건을 청와대, 총리실, 감사원, 행안부, 경기도 등 5개 사정부서에 ‘구리시장 이하 관계 공무원에 대한 특별감찰조사’를 요청해 사건은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런 후 8월26일, 특별감찰을 요청했던 시민단체 대표는 “감사원에서 중점 검토 중이며 대통령비서실로부터 넘겨받은 대검찰청은 8월14일 의정부검찰청에서 처리하도록 송부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혀 락스 건의 진행을 알렸다.

이처럼 4억원대 재난안전기금으로 일반생활화학제품인 락스를 대량 구매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수의계약 및 단가, 인터넷 조작 등 회계 비리 의혹 사건이 검찰로 이관됨에 따라 시가 서둘러 구리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의도가 희석될 전망인 가운데 이제 조용히 수사 결과를 기다리면 될 뿐이다.

그런데 시는 지난 10월2일, 뜬금없이 대형전광판을 이용해 락스를 다시 거론했다. 무언가 이상했다.

시는 락스 관련 의혹 기사가 본격화되자 “구리시민의 생명과 구리시의 안전을 위해 선제적 대응과 적극 행정 차원에서 자가소독용살균제(락스)를 구입해 전세대에 배부했다. 이는 정상적이면서 합법적인 행정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된 사항인데 일부 언론사 기자들이 시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리고 수사도 의뢰했던 것. 게다가 “엄중한 재난 상황을 악용한 언론이 무분별한 의혹을 제기한 것이지 시는 정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 후 기사가 마무리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락스건은 지하에 묻힐 정도로 잠잠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번 추석 연휴 때 대형전광판에 ‘락스로 방역소독’을 권장하는 홍보문구가 뜬 것이다. 시가 주장하는 정상적, 합법적, 행정적을 정당화시켜 수사에 대비한 조치로 보인다. 바로 그 이유다.

이 상황을 제보한 한 시민은 “본격적인 검찰 수사를 대비해 혼선을 주는 한편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속셈인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했다.

이렇듯 시의 주장과는 달리 언론이 파악하고 있는 팩트를 다시 조목조목 밝힌다.

1. 식약처 허가인 의약외품인 마스크, 소독제 등 구입은 재난안전기금으로 수의계약 가능. 그러나 일반생활화학제품인 락스는 마트 등 상점에서 자유롭게 구매 가능해 긴급구매를 위한 수의계약 특히 1인 수의계약 대상은 아니며 일반제품을 전 세대에 나눠준 것은 기부행위로 추정.

2. 시가 4억원대 8만개 락스를 구매할 당시 Y락스 2리터들이 1개 시중 가격은 2840원(L락스의 경우 1500원)이었으나 시가 계약한 금액은 4300원, 따라서 4300-2840=1460×8만개=1억1680만원 차익 발생. 회계부정 의혹.

3. 대량구매 특히 현금구매는 락스 제조업체와 거래하는 것이 예산 절감 차원에서 지극한 상식. 구매단가를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

4. 전남 해남에 소재지를 둔 1인 수의계약 J업체는 락스와 전혀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소재지가 불분명한 유령업체. 이런 업체와 2015년부터 1인 수의계약 거래를 한 보건소와 업체의 문제점. 코로나 발생 후 3개월 동안 5억 원 대의 1인 수의계약 특혜 의혹. 수의계약과 1인 수의계약의 회계 차이 큼.

5. 시는 락스와 성분이 비슷하며 안전한 차아염소산수 제조기를 구매한 후 46일 동안 50톤을 생산해 각 가정에 배포했으면서도 소요된 예산은 10만8000원에 불과. 예산 절감과 안정성도 확보했는데 돌연 위험이 따르는 락스 구매로 급선회한 이유 등이다.

한편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성분인 락스의 성능은 살균과 표백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나 질병관리청에서도 락스를 이용해 방역과 소독을 권장한다.(이것이 구리시가 정당성을 주장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고무장갑과 마스크, 긴 옷 착용, 차가운 물 사용, 환기 필수, 락스 원액 사용금지, 다른 세정제 혼합 금지 등 사용하는데 번거롭고 어렵다. 특히 분무기 사용은 안 된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결론이다.

락스의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락스는 염기성 이온을 발생해 단백질 성분의 모든 물질을 녹이기 때문에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으며 염소가스로 인해 기관지 염증, 호흡기 질환, 폐 질환, 후각 상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살균소독에 탁월한 만큼 위험이 따라 지각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나 노인들이 사용하는데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017년 9월 24일 오마이뉴스와 2016년 5월7일 MBN 방송은 이러한 락스의 문제점을 집중보도한 바 있다.

실례로 2007년 9월 대전의 한 수영장에서 강습을 받던 30명의 초등생이 집단 호흡곤란 증세에다 피까지 토해 병원으로 옮겨진 일이 있었으며 청소하던 5명의 인부가 의식을 잃고 이송되기도 했다. 2018년 2월엔 화성 부영주택 시공 측이 아파트에 발생한 곰팡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락스를 사용했는데 입주민들이 피부질환과 두통 증세를 호소하는 등 집단 민원이 발생했다. 이 모두 락스에 들어있는 염소가스가 증발하면서 생긴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엄청난 예산 절감과 안정성을 확보한 소독수제조기(2020년 9월23일 헬스조선 참조)를 팽개치고 사용하는데 위험요소인 부작용을 안고 있는 락스를 4억원대의 재난안전기금으로 대량 구매해 전 세대에 무료로 배부한, 그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의혹에 휩싸인 구리시의 처사가 위민행정을 표방하는 지자체로써 과연 정상적이고 합법한 행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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