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가 시민단체의 ‘구리시장 소환’ 관련 성명서를 바탕으로 보도한 언론사에게 ‘시장과 시의 입장을 대변해 달라’는 식의 '정정 보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언론을 겁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시는 시청 내 기자실 앞에서 취재 활동을 한 출입 기자들을 건조물침입죄로 사법기관에 고발하는가 하면 기자실을 폐쇄해 기자들을 길거리로 내쫓는 등의 전력이 있다. 

지난 3월24일, ‘안승남 구리시장 주민소환 추진 소환추진위(소환추진위)’는 내달 7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는 내용의 A4 3쪽 분량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사례는 구리시가 지방자치제를 도입한 후 초유의 사건이다. 언론은 성명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즉각 인용 보도했다. 취재 방식이 아니기에 굳이 상대방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보도가 나가자 구리시는 지난 3월25일, 보도를 다룬 언론사를 대상으로 “안승남 시장 또는 구리시의 입장도 충분히 취재하여 사실여부를 확인 후 보도해야 하나 소환추진위의 일방 입장만을 담아 보도해 유감”이라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 14조에 의거 시장과 시의 입장을 담은 정정보도를 청구하오니 3월30일까지 처리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요구는 정당한 것일까.

앞에서 밝혔듯 언론사들은 취재가 아닌 성명서 내용을 토대로 인용 보도했다. 굳이 시의 주장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의무를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시는 성명서 내용의 진위여부와 유감 표명, 문제 제기는 성명서의 당사자인 소환추진위에 하는 것이 옳다. 언론은 시민에게 알권리를 실천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시장과 시는 정정보도 요건이 아닌데도 언론사에게 정정보도를 요청한 것일까.

구리시가 시민단체의 ‘구리시장 소환’ 관련 성명서를 바탕으로 보도한 언론사에게 ‘시장과 시의 입장을 대변해 달라’는 식의 '정정 보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구리 디자인시티 등의 공약을 내세웠던 안승남 시장의 선거포스터와 SBS의 안승남 시장 관련 반론 보도. 
구리시가 시민단체의 ‘구리시장 소환’ 관련 성명서를 바탕으로 보도한 언론사에게 ‘시장과 시의 입장을 대변해 달라’는 식의 '정정 보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구리 디자인시티 등의 공약을 내세웠던 안승남 시장의 선거포스터와 SBS의 안승남 시장 관련 반론 보도. 

SBS는 안승남 시장과 관련된 문제를 취재해 지난 1월 27∽29일까지 3일간, 2월 18일 등 4건을 보도했고 시는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바탕으로 언중위는 1월 27일과 29일, 2월 18일 보도에 대한 시와 시장의 입장을 담은 반론보도를 게재해 줄 것을 조정했다. 1월 28일 보도한 ‘구리시장 3조 사업 앞두고 골프치고 고급 식당에’ 보도는 현재 수사 중임을 감안해 조정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SBS는 지난 22일, 24일, 25일 뉴스 홈페이지에 ‘시장과 시는...밝혀 왔다, ... 알려왔다, ...전해왔다’ 식의 반론보도를 게재했다. 이 반론보도가 안승남 시장과 시 그리고 측근들을 고무케 만든 것이다. 안 시장 변호인 측은 이를 “SBS가 일방의 입장만을 선택적으로 담아 편파보도한 것으로 이를 언중위가 시정한 상징적 사례”라며 “마치 대단한 특혜나 비리가 숨어 있는듯한 왜곡 보도....”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마치 잘못이 벗겨진 것처럼 ‘반론보도를 정정보도로 착각한 것 아닌가’하는 추측이 든다.

그렇다면 반론보도는 무엇일까. 독자를 위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반론보도는 언론사 등의 고의 과실이나 위법성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보도내용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청구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싣는 것을 말한다.

즉, “구리시 측에서 ‘구리시 산하기관은 독립된 기관으로 직원 채용 등 인사에 구리시가 개입한 바 없다’고 알려 왔습니다”는 식이다. 만약 보도내용이 허위거나 오보였다면 언중위는 정정보도를 요구했을 것이다. SBS의 반론보도는 언중위의 조정에 따라 구리시장과 구리시에 배려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시는 언론사에게 ‘이런 식으로 정정보도를 해달라’며 정정보도 예시문장을 보내왔다. 

'시민단체가 제기한 GWDC사업 종료의 고의성 여부와 정당한 직무의 유기 등은 검찰의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는 내용은 넣어줄 것을 시는 요구했다. 확인결과 직무유기건은 혐의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제소한 행정소송 1차 심리가 3월18일 시작됐으며 미국 측이 제기한 행정소송 본안소송도 곧 임박한 상태이다. 이와 함께 미국 측의 손해배상 소송도 곧 제기될 예정이며 시민단체의 사기, 배임 등 형사 건도 고발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구리 남양주 테크노밸리 사업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대비 편익 값이 1에 못 미쳐 행안부의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재검토 판정을 받아 종료된 것이지 의도적으로 종료시킨 것이 아니다'라는 것도 삽입시킬 것을 주문했다.

이 사업은 15만명 시민의 서명으로 일궈낸 값진 결과다. 그리고 안 시장의 선거공약이다. 논란이 제기되는 문제점들은 차치하고라도 시민의 염원을 위해서라도 추진을 해보려는 최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시장의 도리다. 선거포스터에 ‘디자인시티와 테크노밸리 모두 해 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 종료시킨 것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시민안전을 위해 2020년 총 282일 중 185일 일일상황보고 회의를 주재해 구리시재난안전대책본부장의 본분을 망각하지 않았다' '락스 대량 구매 건은 사법기관의 조사중으로 수사결과에 따라 판단할 사항' '민간사업자와 골프 친 적이 없다고 부인한 바 없으며 골프장 이용대금은 투명하게 공개'도 주문했다.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의 본분은 회의를 주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엄중한 재난상태에서 시와 시민을 지켜야 할 본부장이 시 경계를 벗어난 자체도 책임이 따른다. 게다가 시민을 팽개치고 이해관계인들과 골프를 친 것은 본부장으로서 매우 적절치 못한 행동이다. 그래서 시민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소환제 청구제한기간을 6개월이 아닌 1년 미만이라는 것'도 넣어 달라고 했다. 앞에서 밝혔듯 언론은 시민단체의 성명서를 그대로 인용했다. 그러나 이것도 중앙 해당기관이 거론할 문제이지 시가 나서서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것은 월권이다.

추진위는 “2020년 8월20일 국회의사록 의안과 의안, 2020년 9월29일 행안부 주민투표법 주민소환법 개정안 입법 예고를 보았으나 2020년 12월8일 개정되어 2021년 3월9일 시행된 내용을 숙지하지 못해 착오를 일으켰다”고 유감을 표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