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는 집

                                   정소현

 

사랑은, 가장 낮은 곳에 산다
그 빛은 
죽음에서 싹을 키우고 꽃을 피워내고
어둠을 허물어 짓고, 높이며, 세운다

돌처럼 굳어진 슬픔도
그의 부드러움 안에서 허물어지고
금이 간 아픔도 
그의 기다림 안에서 새살이 돋고
긴 세월 언 고통의 줄기도
그의 따뜻함 안에서 끝이 난다

바람에 흔들리던 헛된 욕망도
그의 손에 이끌리어
결국엔 그가 있는 쪽으로 내려앉는다

굽혀서 낮아지는 사람에게만 
살빛을 허락하는 
지상에서 하나 뿐인 열쇠이다.

 

정소현 1960년 경북 경주 출생, 문학공간 등단.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낭송가, 작사가로 활동 중이다. 시집 '또 가을이 오나 봅니다' '낡은 자전거의 일기' '그대를 위한 협주곡' '바람이 그린 수채화' 영역시집 '꽃길(The path of Flowers)', 전자시집 'The path of Flowers'(아마존에 입점), '바람아, 그대에게로' '사랑이 사는 집' '하나님의 사랑' 등이 있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