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를 베끼다

                                     

                         박정이

드들강은 
푸른 허기를 데리고 놀다가 
안개에 얹힌 나를 베꼈다
액체로 구워진 구름이 거꾸로 선다
물컹한 허공위로 강이 흐른다
위로 치솟는 휘감긴 물줄기
그 물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한 치의 생이 자꾸만 자꾸만 치솟는다
드들강은 끝없는 질문에 포착된 물줄기를
심장 깊숙이 쑤셔 넣고 
쓸쓸한 몸이 허기져서
빤히 쳐다보는 나를 공중으로 밀어 올린다

 

박정이 1957년 서울출생, 1997년 시집으로 작품활동 2009년 경남일보 신춘문예 시 등단, 소설가 수필가 평론가, 시집 '오후가 증발한다' '여왕의 거울' 외 5권, 시 전문잡지 포에트리 슬램 발행인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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