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한승희

지루한 비가 며칠 째다
무쇠 솥뚜껑을 뒤집어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빗소리 흠뻑 둘러 빈대떡 하나 부친다
타닥타닥 탁-탁 빈대떡이
노릇노릇 빗소리가 맞춤으로 익어간다
너 없이 빗소리만 지지는 장마
솥뚜껑 위에 빗소리만 지글지글 탄다
쉬이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빗소리 
빗방울이 떨어진 자리에 또 내리는 비
움푹 처마 밑이 패였다 
이 비 그치면 
며칠 몸을 포개가며 패인 그 자리에
오지 않는 너를 심어야겠다

사진 신미용
사진 신미용

 

 

 

 

 

 

 

 

 

 

 

 

한승희 1969년 충남 공주 출생, 순수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옴, 한국문인협회 회원
차령문학 동인, 공저 "흙" 외 다수, 광주문인협회 지부장 역임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