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노을 트럼펫 소리
                                           고훈식
  
노을 지는 바닷가에서
구성진 트럼펫 소리를 들으면
어둠에 물든 구름 속으로
붉은 말들이 끄는 마차가
서둘러 달려오는 그림이 떠오르고
누군가는 자자드는 숨결을 고르며
유언을 전하는 엄숙한 풍경이 뜬다
처음부터 다시 트럼펫 소리를 
오래도록 들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미 수평선 위로 별들이 떠 있고
어화를 켠 배들은 물결에 흔들린다
내가 추억에 잠겨 머뭇거리는 동안 
여기 잠든 노을도 천천히 저물었다
이 바닷가에 트럼펫 소리가 애잔해도
이미 날이 새고 햇살이 수평에 꽂히면
다시 갈매기가 노을을 불러와도
다만 트럼펫 소리는 오래 아름다웠다

사진  인송
사진 인송

 

 

 

 

 

 

 

 

 

 

 

 

 

고훈식 전)제주문인협회 회장, 현)조엽문학회 회장, 1991년 ‘표현문학’ 시인 등단, 시집 : 「無明의 바다에 잠긴 돌」 외 15권, 산문집 「수평선 너머 지평선 」 외 12권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