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주민과의 소통..1년 만에 철거완료

“고작 담장 하나 허물었을 뿐인데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6월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연립주택 옆 골목을 막고 있던 담장이 사라졌다. 덕분에 담장으로 가로막혔던 어린이공원 가는 길이 훨씬 가까워졌다.

지난 6월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연립주택 옆 골목을 막고 있던 담장이 사라졌다. 덕분에 담장으로 가로막혔던 어린이공원 가는 길이 훨씬 가까워졌다. (사진=고양시)
지난 6월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연립주택 옆 골목을 막고 있던 담장이 사라졌다. 덕분에 담장으로 가로막혔던 어린이공원 가는 길이 훨씬 가까워졌다. (사진=고양시)

고양시 덕양구청은 지난해 6월부터 고양동 연립주택 옆 담장철거를 추진, 지난 6월 1년 만에 철거를 완료했다.

담장 하나 허무는 일이지만 그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담장철거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은 담장 옆에 어린이공원으로 향하는 작은 보행로를 마련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되면서 부터였다. 너비 8m, 높이 3m의 작은 담장. 인근 주민들은 어린이공원을 코앞에 두고 500m 가량을 돌아 가야했다. 특히 공원으로 가는 골목 샛길은 좁고 위험한데다 포장상태도 좋지 못해 아이와 함께 걷기도, 유모차를 끌기도 힘들었다.

지난해 6월 이재준 고양시장은 직접 현장에 방문, 주민들과 함께 걸으며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고민했다. 이후 시는 해결책 마련을 위해 공부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담장이 설치된 곳은 시유지인 도로. 누가 설치했는지는 미상이나 인근 연립주택의 주차 공간마련을 위해 준공 후 설치된 것으로 추정됐다. 시는 주민 편의를 위해 담장을 아예 허물기로 했다.

주차장으로 알고 입주 후 지금까지 담장 뒤 공간을 사용해오던 인근 연립주택 주민들은 주차공간을 잃을까 난색을 표했다. 계속된 주민협의를 위한 노력에도 지난 2월 담장철거 반대 내용으로 집단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덕양구청 담당부서는 주민과의 현장 미팅, 간담회 등 주민 설득에 공을 들였다. 주민 대표자와 만나 몇 시간을 담장철거 필요성에 대해 호소하기도 했다.

기나긴 설득 끝에 지난 4월 드디어 주민협의를 이끌어 냈다. 담장을 허물더라도 주차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주택 바로 앞과 공원입구 쪽으로 차량이 지나다니게 되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반영, 차량 진입방지용 봉을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 5월 담장 철거에 착수, 6월 철거와 도로 포장이 완료됐다. 진입방지 봉이 있어 차량은 통행할 수 없지만 공원을 눈앞에 두고 돌아갈 필요는 없어졌다.

투입된 사업비는 1000만원. 많은 돈을 들인 큰 사업은 아니었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변화는 충분히 크다. 어린이, 노약자, 유모차 이용 보호자, 휠체어를 탄 장애인, 누구랄 것 없이 담장 없는 골목 덕을 보고 있다.

인근 주민들의 보행 동선이 자유로워졌고, 답답한 담장이 없어지자 골목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어두컴컴한 담장 구석진 곳으로 모여들던 비행청소년들을 걱정할 일도 없어졌다. 어린이공원 입구 주변시야도 넓어져 더 안전해졌다.

특히 담장 바로 근처에 있던 어린이공원은 최근 개선사업을 마쳤다. 시는 개선사업 후 이용객이 늘 것을 고려해 담장 철거를 서둘렀고 늦지 않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담장 건너편 인근 주택에 사는 주민 A씨는 “아이와 함께 어린이공원에 자주 가는데 매번 빙 돌아가는 게 불편했지만 그러려니 했었다”며,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담장이 없어지니 거리도 가깝고 골목이 탁 트여 속이 다 시원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담장철거 하나로 안전하고 편리한 골목 환경개선을 달성한 저비용 고효율 행정의 모범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주민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재준 시장은 “주민들의 작은 불편도 소홀히 생각하지 않는 것이 진짜 고양시 행정의 모습”이라며, “앞으로도 주민들의 사소한 불편까지 살펴 일상을 변화시키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키워드

#고양시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