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무 기자
                     정연무 기자

절대다수의 집권 여당이 ‘입법 폭주’ 시즌 2를 시작했다.
4.7재보선 패배로 머뭇거린 것도 잠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를 외치며 무소불위(無所不爲)한 본래를 업그레이드해 돌아온 것이다.

이들의 최근 기세는 의석수만을 앞세운 과거 ‘시즌 1’의 단순함을 넘어선다. 그간 수많은 경험 축적으로 쌓인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내공 덕에 ‘언론 재갈법·징벌법’ ‘문재인·조국 지키기 법’ 등으로 희화(戲畫)되는 조롱에도 대꾸조차 없는 뻔뻔한 정신력과 알박기·새벽 별 보기·취재봉쇄 등 폭주의 기술력이 강화됐다.

험난했던 민주화 과정을 통해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과 위헌 요소가 수두룩하고 법리 충돌 등 법적 하자(瑕疵), 정당성(正當性)을 상실했다는 날 선 비판에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당연히 국민·언론·학계, 야권의 거센 반발 따위는 이들에겐 문제가 되질 않을 것이다.
결국, 민주주의를 가장한 다수의 폭정이 완성되면서 이 땅에 표현의 자유는 ‘암흑시대’에 돌입하고 ‘국민의 알 권리’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여기서 의회 민주주의를 소환해보면,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중재법’에 대한 의견은 단 두 개만이 존재한다. ‘강행’이냐 ‘저지’냐가 그것이다. 타협점은 없어 보인다. 
여당은 압도적 수적 우위를 앞세워 강행을 선택했고, 야당은 모든 걸 잃었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비분강개(悲憤慷慨)하고, 의회 민주주의는 사라졌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누구나 생각을 말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들의 입법 폭주는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형식적이라도 다수결 절차를 밟았다면 민주주의를 지킨 것인가?  

필자(筆者)의 관점에서는 독재가 분명한데, 이들은 '정의'라고 하니까 독재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사회만큼 ‘민주주의는 다수결’로 오해하는 나라도 없을 것 같다. 
이런 오해는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가 각종 언론을 통해 접하는 다수의 법안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다수결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열 번 양보해서, 이번 언론중재법 처리를 ‘정의’라고 치부하는 여당의 ‘그 정의’도 ‘다수결’일지 모른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핵심은 ‘합의’에 있지 ‘다수결’에 있지는 않다. 다수결은 어디까지나 보충적이어야 한다. 다수결로 결정했으니 민주적이라고 우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적 우위, 다수결은 엘리트주의로 흐를 수도, 대중독재로 흐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筆者)는 민주주의를 ‘합의’로 이해한다. 
“힘없는 정의는 무기력,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라는 볼테르의 경고처럼... 


‘언론 중재법’으로 돌아와서,
이들은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의 명분으로 "국민을 해하는 가짜뉴스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언론 보도의 주 대상은 권력과 재력을 가진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과 기득권층이다. 따라서 언론의 위축은 사회 기득권의 권력자와 재력가들이 국민과 국민의 재산에 대해 저지르는 비리와 불법에 대한 감시, 견제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국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기득권’을 지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결국, 이들의 속내는 ‘자신들 소유의 권력 보호’일 것이다.

언론은 존재 자체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면 민주주의지만, 권력이 언론을 감시하면 독재다. 언론의 자유가 무너질 때 권력은 독재가 된다. 
미국이 수정헌법 제1조에 ‘의회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Congress shall make no law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고 못 박은 이유다. 

“진실을 밝히고 권력을 감시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가 언론의 자유다”
하여, 언론도 順旨拒否(순지거부)를 초심으로, 姊夫極諫(자부극간)의 결기를 다듬어야 한다. 
딱히 자랑스러운 기억이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부끄럽지도 않은 채로 일단은 記者(기자)질을 붙들고 있는 筆者(필자)의 생각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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