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포장마차

                                       

                             박 민 순

밤안개의 동심원(同心圓)깜빡이는
꺼질 듯 불빛 몇 가닥
내 시야 한복판을 긋는다
정한(情恨)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
하루살이처럼 희미한
오산역 차디찬 건물 꼭대기에
모여 사는 구구 비둘기는
빈 컵 속의 눈물이라도 파먹겠지만
오랜 속사정 잊혀가는 것들
술잔에 오래 담아 두고 싶은 나는
낡은 신문지 몇 장 포갠 의자에 앉아
빈속에 부어 버리는 소주
문득 비둘기 정수리에 걸린 달처럼
남루해지지 말자,남루해지지 말자
몇 번이나 다짐하며
입가심으로 비둘기 울음500cc
황급히 수혈하고
더러 마신다는 게 무엇일까
내 어깨에 비둘기처럼 날개가 돋을까
별의별 생각을 생각하지만
생각은 생각만 훌라후프처럼
빙빙 돌릴 뿐
마차는 떠나지 않는다.

사진 조성근
                                            사진 조성근

 

 

 

 

 

 

 

 

 

 

 

박민순 경기 화성 출생, '동양문학' '한국작가'를 통해 문단에 나옴, 시집 '어머니생각' '아내의 지우개' 수필집 '우리의 잠롱은 어디에 있는가' '열정과 사랑,인생을 위하여' 학원문학상경기도민상, 경기도문학상, 오산문학상, 한국문인협회 오산지부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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