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경기=홍정윤 기자] 이재명 후보와 함께 동행한다던 매타버스에서 이재명 후보는 못봤다. 다만 역사를 기록하는 사간원만 있었을 뿐. 사회부 기자들이 가끔 정치부에게 하는 비판이 있다 “주는 대로 받아 쓰는게 정치부잖아. 놀고 먹지” 그 말이 과연 진실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매주타는 민생버스 '매타버스' 서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진과 영상을 찍기 위한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순식간에 몰리며 혼잡한 분위기다. (사진=홍정윤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매주타는 민생버스 '매타버스' 서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진과 영상을 찍기 위한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순식간에 몰리며 혼잡한 분위기다. (사진=홍정윤 기자) 

 


△본 기자의 휴일은 주말이다

그런데 그 주말이라는 것도 참 애매한 것이 보통 목요일 밤부터 토요일 밤까지 안식을 허용하기도 하기도 하지만 가끔 대우가 끔직한 매체는 ‘대선 정국’이라는 핑계 하에 ‘열정페이’로 주말이라는 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를 들어’ 이재명 후보 또는 윤석열 후보가 기자들 눈앞에 있고, 그 옆에 BTS 와 안젤리나 졸리가 연설을 한다 치면 정치부 기자들은 과연 누군가를 따라갈까?

당연히 대선 후보다.
그런데 주말마다 멀리 갔던 이 후보가 어언 일로 서울을 한 바퀴 돈단다. 욕심이 올라 무급휴일 처리하고 처음으로 ‘매타버스’에 올랐다.


△출발해 볼까?

보통 기자들은 국회에서 발생한 일들을 보통 육하 원칙에 따라 ‘여의도 국회’ 또는 ‘국회 본관’ 등으로 장소를 언급한다.

하지만 그 여의도 국회라는 곳은 어마어마하게 넓은 땅이며 일부 대선 후보들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이 곳에 주택 부지를 확보하자고 제안 할 만큼 넓다.
그리고 이 넓은 부지 한 켠에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 ‘소통관’이라는 건물과 국회 기자들이 애용하는 야외 가두 커피숍이 있으며 대부분의 버스 동행 취재는 보통 이 앞에서 시작한다.

21일 금요일은 12시 40분, 22일은 오전 8시 40분 출발한다는 공지가 미리 전해졌으나 기자들은 항상 먼저 도착해 있었다.

물론 후보와 동행하는 취재라 해도 같은 버스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후보의 일정에 맞춰 당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기자들끼리 이동하는 것이다.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대부분의 기자들은 노트북을 꺼내 무릎에 올려 놓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잠시 후 다리가 불편하다. 솔직히 항상 애용하는 공공 시설이 아님에도 철도나 비행기처럼 테이블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욕심도 들었다.

물론 일부는 버스가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좋아한다.

이는 바로 충전 시설때문이다.

종일 대선 후보를 따라 다니며 그의 언변을 기록해야 할 기자들에게 후보의 발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노트북의 파워’이며 기자들이 탑승하는 버스에는 항상 창가 쪽 또는 좌석 밑에 멀티탭과 같은 충전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일에 파묻혀 주변이 보이지 않는 차가운 분위기

대형 관광버스는 좁은 실내이기 때문에 아무리 조용해도 속닥이는 소리나 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버스 탑승 이틀 동안 아주 가끔 “네 부장!”하는 정도로 인사하는 말만 들었다.

즉 창밖으로는 K-문화에 매료되어 바다건너 온 사람들이 '보고싶어 마지 않는 광경'이 펼쳐지지만 이 작은 실내 안에서는 눈도 없고 오로지 키보드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기자의 선택 또는 회사마다 요구 사항이 다르므로 어떤 기자들은 기사를 잠시 쉬고 눈을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이동 내내 기사를 써 내려가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멀미를 하기도 한다.

단련이 되었다해도 전일 알콜과 밤을 보낸 기자들은 가끔 노트북에서 눈을 떼고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경치가 눈에 들어올 일이 없다. 다음 문단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매주타는 민생버스 '매타버스' 서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진과 영상을 찍기 위한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순식간에 몰리며 혼잡한 분위기다. (사진=홍정윤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매주타는 민생버스 '매타버스' 서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진과 영상을 찍기 위한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순식간에 몰리며 혼잡한 분위기다. (사진=홍정윤 기자) 

 

△기자인가 경호원인가

이날 첫 번째 일정은 은평구 역사한옥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서울 공약 발표였다.

한 겨울 야외 행사였고 더불어민주당 공보실은 빠르게 기자들에게 핫팩을 돌려 격려했지만 칼바람은 손가락에 더 시려운 법이다.
기자들은 본인도 모르게 ‘아이고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웬걸, 이 후보가 발표를 시작하자 언 손가락을 초집중해 워딩하고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일정은 마포구 연남동 거리걷기였다.
근접에서 후보의 말과 언변을 기록해 전달하기로 한 기자들을 뽑았지만 이 사항이 확실히 전달이 안돼 취재 경쟁이 벌어졌다.

또 몰려드는 시민들과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외치며 후보 옆으로 다가오는 시위자들 때문에 그야말로 의도치 않은 어깨 쌈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 모 경호원은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모 경호원은 사진을 찍기 위해 짧은 다리로 버둥거리는 기자를 대신해 잠깐 사진을 찍어줘 감동을 주기도 했다.

(행여 그 경호원이 본분을 잊었다고 탓하지 말길 바란다. 이는 경호원의 태도에 따라 후보 이미지에 손상이 가해질 수도 또는 호감을 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중 속을 누비며 함께 취재 하는 기자들 사이에 모종의 암묵이 있다. 아무리 취재 욕심이 있다 하더라도 후보와 거리는 지키는 거다. 그러다보면 앞으로 뒤로 뛰어드는 인파를 등으로 막으며 나도 모르게 경호원이 되고 만다

△고생하셨습니다, 전우여!

이날 안남동 거리 걷기 후 기자들은 초면인데도 ‘같은 전쟁’을 치룬 전사들이었는 지라 “수고하셨습니다”하고 서로 인사하기 바빴다.
또 스스럼없이 “이제 일정 끝났는데 카페가서 기사 쓰실래요?”하고 말을 건내기도 했다.

처음에 버스에 올랐을 때 느꼈던 차가왔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전우’만 남아 재전을 약속했다.

다음날 22일 진행된 매타버스는 오전부터 진행됐다.

이날 첫 번째와 두 번째 일정은 다 실내에서 진행됐으며 평소와 다름없는 취재 분위기였다.
그러나 후보의 세 번째 일정인 송파구 석촌호수 거리걷기 후 진행된 즉석 연설에서 기자들은 다시 '야외 행사'라는 고비를 맞았다.

날씨는 전일보다 따듯했고 전일 몰려든 인파와 취재 몸싸움을 한 기자들을 배려해(?) 몇 기자가 후보를 밀착취재하기로 결정나 나름 마음 가볍게 취재 장소로 이동했다.

그러나 바닥이 문제였다.
겨울 날씨에 잔디들은 노란 부스러기로 변해 흙바닥과 다름없었으니 패딩을 입고 온 기자들은 그나마 괜찬았지만 모(毛) 코트를 입고 온 기자들은 참으로 난감했으리라.

△나는 아직 멀었구나

그런데 그들은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바닥에 앉아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취재가 끝나도 일부 기자들은 그 와중에 기사 마무리하랴 송고하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이들을 누구도 방해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틀 간의 매타버스 일정이 끝났지만 아직도 내 배낭에서 마른 노란 잔디 부스러기가 나온다.
흙먼지도 패딩 점퍼 속에서 출몰해 방바닥에 깔린다.

그러나 전혀 화가 안난다.
왜나하면 그만큼 내가 노력했다는 증거이고 또 나보다 더해 옷 자체를 버린 기자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같이 고생한 그들을 '동료'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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