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진동영
상수리나무에 매미 허물이 붙어 있다. 매미는 붉은 등을 열고 어딘가
로 떠나고 대청마루에 앉은 할머니 또각또각 손톱깎이로 발뒤꿈치를
깎고 있다. 붉은 마룻바닥 위에 쌓이는 각질들 마루 아래 엎드린 백발
의 개 한 마리 눈을 감았다 뜨고 눈을 감았다 뜨는 오후 햇빛이 대청
마루에 길게 몸을 누이고 있다. 빛바랜 마루의 어두운 틈새로 각질들
이 하얗게 쓸려 내리고 있다.
진동영 1978년 대구 출생. 성균관대학교 국문과 졸업. 2005년 계간 '시인세계'에 ‘벚꽃과 비닐봉지’ 외 5편을 발표하며 등단. 현재 서울재현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