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무 기자
정연무 기자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가 지난 10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윤 당선인은 48.56%를 득표해 이재명 후보(47.83%)를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힘겹게 승리했다.두 후보 간의 표차는 불과 24만7077표로 헌정 사상 최소 격차 기록이다.  이번에 확인된 민심에 비추어, 여야, 좌우, 진보와 보수, 세대별로 나뉘어 대선에서 팽팽하게 맞섰던 세력들이 통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윤 당선인에게 국민 통합을 이룰만한 묘책이 없다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따라서 갈등 치유와 협치의 정신이 새 정부의 성패를 가를 핵심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표출된 민심은 윤 당선자와 이 후보에게 고르게 표를 나눠주며 정권교체론과 안정론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정권교체를 실현하되, 압도적인 힘을 실어 정권심판을 요구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윤 당선자가 자신을 택하지 않은 절반의 민심을 돌아보며 국정 운영 방향을 숙고해야 하는 대목이다.

◇권력은 유한하고, 민심은 냉정했다.

국민의 힘이 2017년 탄핵 이후, 수 없는 해체와 재건 끝에 결국 대통령을 배출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자칭 ‘촛불 정권’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야 하는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국민은 역대 최고로 많은 1639만4815명이 윤 대통령 당선인에게 표를 주었지만 1614만7738명은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이는 국민의 힘이 아직은 정권을 擔持(담지)할 수 있는 세력으로 오롯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국민의 판단이고, 결과를 겸손하게 받아들여 향후 업적으로 수권정당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국민의 명령이기도 하다.

◇0.73% 표차 잊지 말고, ‘통합·협치’ 하라는 준엄한 국민의 명령

이제 윤 당선인은 양극화, 지역·세대·젠더 갈등을 해결하고,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국민의 힘도 정국 운영에 있어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소야대 지형에서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탄핵으로 물러난 정치 세력에게 5년 만에 패배한 것이 뼈아플 것이다. 

그러나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연장보다 월등히 높았음을 대비하면, 0.73% 표차의 패배는 민주당으로서는 시정의 기회를 받은 셈이다. 앞으로 민주당이 진정성 있는 정치개혁에 앞장선다면 다시 신뢰를 보낼 수 있다는 국민의 시그널 일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패배의 후유증을 하루라도 빨리 수습하고 새로 출범할 정부와 ‘건강한 경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현재 172석이라는 압도적 다수 의석의 힘을 내세워 무작정 정부의 발목을 잡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진정한 정치교체는 국익을 최우선 순위에 놓는 정직한 정치를 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투표는 갈등 상황에서 ‘나는 누구의 편에서 싸울 것인가’를 표를 통해 미리 보여주는 행위다. 그래서 ‘종이로 된 돌(paper stone)’이다. ”

정치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대의 양보를 끌어내고 설득을 통해 자신도 양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승자와 패자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표뿐만 아니라 경쟁자에 주어진 표의 의미와 무게를 되새기는 게 필요하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난 상대 후보(진영)에 대한 비난, 경멸 태도 등을 누그러뜨리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정치권에서 이어져야 한다. 

자신(승자든 패자든)의 지지자들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정치 보복에 대한 우려도 적극적으로 불식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코로나19 이후 대전환기의 5년 국정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은 만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낮은 자세로 포용할 때이다. 

국정 운영 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무너진 헌법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 제1의 책무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득표율에 나타난 민심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대선은 끝났지만 승리한 국민의 힘과 패배한 민주당 모두 상당한 시련 앞에 서게 됐다. 

정치는 정말 끝없는 문제의 연속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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